롯데 선수들 ‘민병헌 투병’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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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76회 작성일 21-01-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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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롯데 주전 외야수 민병헌(34)의 투병 사실이 알려졌다.


롯데는 민병헌이 “22일 뇌동맥류 수술을 받는다”고 전했다. 민병헌도 그동안 자신이 안고 있던 아픔에 대해 솔직히 털어놨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말한다. 2년 전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민병헌은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됐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병원 검진을 받은 결과 그대로 놔둘 경우 뇌출혈로 이어질 확률이 70%에 달한다는 소견을 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뇌출혈로 잃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민병헌은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2013시즌부터 7시즌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민병헌이 지난해 타율 0.233 등으로 부진한 것도 이 여파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시즌을 소화한 롯데 선수들도 뒤늦게 입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주장의 아픔을 온전히 나눠가지면서 시즌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


민병헌이 가장 아끼는 후배 한동희는 처음에는 그 사실을 쉽게 믿지 못했다. 한동희는 “선배님이 말씀하셨을 때는 장난인 줄 알았다. 너무 덤덤하게 말해서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선배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후배인 한동희에게 민병헌은 더 특별한 선배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한동희는 민병헌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한동희의 입단 년도인 2018년은 민병헌이 자유계약선수(FA)로 롯데로 이적한 첫 해이기도 하다. 서로가 새로운 환경을 맞이한 상태인데도 민병헌은 후배를 먼저 챙겼다. 한동희는 “신인 첫 해에 대만에서 스프링캠프를 했는데 선배님이 옆방이었다. 선배님도 롯데로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시즌인데 나부터 잘 챙겨주셨다”고 했다.


언제나 선배를 향한 고마움이 컸던 한동희는 민병헌의 곁에서 묵묵하게 힘이 되려고 했다. 그는 “내색은 안하셔도 많이 힘들어했다. 원정 경기가 있을 때에는 내가 방에 가서 힘이 되어드리려고 했다. 이야기를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님은 꼭 건강하게 돌아오실 것”이라며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민병헌과 원정 경기 룸메이트였던 투수 김원중은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민병헌의 부진이 계속되자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개막 첫 달 2할 중반대(0.253)을 기록했던 민병헌은 이후에는 타율이 2할 초반대에 머물렀다. 부진의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원중은 “7년 동안 3할 치던 타자가 갑자기 부진한다면 그건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라며 “병헌이 형이 못하는 선수도 아니고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도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힘들어하는 민병헌을 보면서 “투병 사실을 공개하는게 어떠냐”고 권유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민병헌은 “말하지 말라”며 “내 성격이 원래 그렇다”며 이겨내려고 했다.


민병헌은 큰 부상이 없는 한 최대한 경기를 뛰었다. 6월6일 우측 늑골 염좌 판정을 받아 부상자 명단에 등재 됐을 때에도 6일만에 복귀했다. 8월 말에도 허리 통증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일수는 단 7일에 불과했다.


김원중에게 민병헌은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선배였다. 김원중이 선발로 뛰던 2018년 들쑥날쑥한 피칭을 하자 민병헌이 경기를 마친 후 숙소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어야한다. 중견수 자리에서 지켜보면 볼 카운트가 잘 보인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팀에 대한 애정이 높았기에 할 수 있는 조언이었다. 민병헌은 지난 18일 기자에게 “내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팀이 5강에 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미안함을 계속 안고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원중은 이제야 민병헌의 부진에 대한 이유가 알려져서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했다. 광주에서 훈련을 하는 그는 부산으로 내려가 민병헌과 밥 한끼를 하면서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랐다.


민병헌에 이어 주장 완장을 꿰찬 전준우는 그의 노고를 잘 알았다. 주장을 맡은 뒤 전준우는 구단을 통해 “병헌이가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같은 외야진의 일원으로서 곁에서 지켜본 전준우는 “병헌이가 몸이 힘들어지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병헌이 자신의 병명을 밝힌 날 전준우는 “잘 했다”며 격려를 했다. 그는 “최근까지 사직구장에서 봤는데 병헌이는 오히려 괜찮다고 하더라. 잘 하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민병헌은 지난 19일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인 ‘자이언츠 TV’를 통해 “건강하게 복귀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전까지 우리 선수들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작년에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올해에는 (전)준우형이나 (손)아섭 등 다른 선수들이 채워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저도 빨리 돌아오도록 노력하겠다”며 “그때까지 열심히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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