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허문회 롯데 감독, 그에게는 '인과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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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3회 작성일 20-10-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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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허문회 감독의 최근 발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번트와 관련한 발언이다. 허 감독은 지난 11일 "번트를 대서 좋은 게 없다"며 "현대 야구에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 전날 경기인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복기하면서 한 말이다. 롯데는 그날 경기에서 삼성에 1-0으로 신승했다.


롯데 5회초 1점을 뽑았지만 이후 추가점이 나오지 않아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야 했다.


7회초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한 점도 뽑지 못했다.


9회초에는 1사 1, 3루에서 오윤석이 벤치의 스퀴즈 번트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3루에 있던 김재유가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며 기회를 날렸다.


허 감독은 오윤석의 스퀴즈 번트 실패를 언급하면서 "번트를 대려고 해서 잘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번트를 대서 좋은 게 없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번트를 대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먼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순서다.


타자가 번트를 잘 못 대는 선수인데 번트를 지시한 것은 아닌지, 주자가 판단 착오를 한 게 혹시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허 감독은 이를 건너뛰고 번트가 무익하다는 결론으로 직행한다. 여론에 휘말려 번트 작전을 편 자신에게 화가 난다고도 했다.


롯데는 올 시즌 1점 차 경기에서 12승 17패에 그쳤다. 승률은 0.414로 리그에서 8위다.


필요한 1점을 내지 못해서 지는 경기를 반복한 팀이라면, 그리고 병살타가 128개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라면 번트가 더더욱 필요할 텐데 허 감독은 번트가 비효율적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번트보다는 강공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대 야구에는 번트가 맞지 않는다고 합리화한다.


메이저리그야 홈런 홍수 시대니까 번트로 아웃 카운트를 희생하느니 강공으로 득점을 기대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롯데는 팀 장타율이 0.401(7위)로 4할을 겨우 넘는 팀이다. 게다가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아는 선수도 드물어서 절호의 찬스를 잡고도 번번이 득점에 실패하는 게 바로 롯데다.


스퀴즈 번트에 실패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던 것은 자신의 허술한 작전 때문이 아니라 번트 그 자체에 있다는 허 감독의 인식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자기 면피성 멘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허 감독은 '8치올(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을 시작으로 '음력 8치올', 'D-데이' 등 일련의 승부처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16경기를 남겨둔 지금 롯데는 7위에 머물고 있다. 5위와는 5경기 차로 '가을야구'는 사실상 멀어졌다.


큰소리는 뻥뻥 쳤는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상위권 팀인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똑같은 처지가 될 것을 걱정했던 것인지 허 감독은 연일 프런트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롯데가 9명의 선수를 웨이버 공시하자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화를 냈고, 이어 "현장과 프런트가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 어린 단장이라고 성민규 단장을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고집대로 시즌을 운영해왔는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할 것이 확실시되자 "감독이 만능은 아니다"라면서 내부에 총구를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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